물가안정의 편익 물가안정이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서부터 대다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 과거에는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7)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낮은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에 Friedman(1968)과 Phelps(1967)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tradeoff) 관계가 장기 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경 험하면서 동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광범 위하게 확산되었다. 먼저 물가가 불안정할 경우 경제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이 약화되는 이유는 근본적으 로 가격결정시스템(pricing system)이 제공하는 정보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큰 폭으로 자주 변동하는 환경에서는 기업과 가계 모두 자신들이 경험한 개별품목의 가격 변동이 해당품목의 수요 변화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전체 물가수준의 변화에 의한 것인 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이로 인해 가격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가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일어나는 특정 제품의 가격 상승을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고 오인하여 기업들이 동 제품 의 생산을 크게 확대하면 과잉공급이 일어나 기업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경제 내의 자원이 낭비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둘째, 미래인플레이션경로의불확실성이높아지면가계및기업이의사결정및경제활동 의 시계(horizon)를 짧게 유지하면서 소비지출 및 투자활동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다
curve로 지칭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1부 제2장 제2절> ‘3. 경기안정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참고하기 바란다
가계와 기업이 인플레이션 위험 관리를 위해 보유재원을 실물자산에 투자할 경우 자본시장 으로의자금유입이축소되어기업의자금조달이어려워지고투자가더욱위축될수있다.
셋째, 물가가 안정되면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되어 단기적으로 고용 및 성장의 변동성 이 줄어들게 되고,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유지하면서 경기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불안정해졌는데, 이로 인해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 와 기업의 가격인상이 상승작용(wage-price spiral)을 일으키면서 실업이 증가하는 악순 환이 일어났다.
넷째, 물가안정은 장기금리의 안정에 기여한다. Fisher(1933)가 주장한 것처럼 대출자 는 대출기간에 발생하는 원금의 구매력 손실에 대한 보상, 즉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 엄을 요구하기 때문에 명목금리는 기대인플레이션과 동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래의 인 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예상될 때 대출자는 더 적은 보상을 요구하게 되고 그 결과 금 리는 추세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
다섯째, 물가안정은 과도한 차입을 억제하고 금융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인플레 이션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채무자의 실질적인 원리금 상환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채권 자는 그만큼 손실을 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채권자의 부가 채무자에게 이전되게 된다. 이처럼 높은 인플레이션 하에서 차입에 따른 실질적 이득 증가로 경제주체가 차입을 과다 하게 늘릴 경우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기업의 가격조정에 소요되는 메뉴비용(menu cost)과 임금계약, 세율 등의 갱신에 수반되는 각종 행정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