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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안정의 의미 및 목표

경기안정17)은 일반적으로 실제GDP가 잠재GDP18)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 서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변동의 확대는 불확실성을 높여 소비와 투자 등을 위축시킴으로써 사회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경기 호황기에 는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경기 불황기에는 실업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이외에 경기안정을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는 이러 한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중앙 은행도 오로지 물가안정만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중앙은행은 물가안 정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구하되 단기적으로는 경기안정에도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을 운 영한다.19) 이는 실제GDP와 잠재GDP 간 차이가 경제 전체의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을 보여 주고 결국에는 인플레이션의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20) 경기안정을 통화정책의 명시적 이고 직접적인 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이 없는 것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글로벌금융위기이후선진국에서저성장이장기간지속되자경기안정을통화정책 의 직접적인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21) 즉 필립스 곡선22)의 평탄화 현상이 나타내는 것처럼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의 관계가 약화되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더라도 경기변동이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경기안정을 직접적인 목표 로 하여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7) 여기에서 경기안정은 생산의 변동을 완화한다는 의미에서‘생산의 안정(output stabilization)’을 뜻한다.
18) 잠재GDP는 통상 인플레이션을 추가적으로 높이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일컫는다.
19) Bernanke(2003)
20) Ragan(2007). 예를 들어 실제GDP가 잠재GDP보다 더 큰 초과수요가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중
앙은행은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총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물가상승압력을 완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한편 뉴케인지언 경제이론
에서는 물가가 안정되면 경기도 안정되는 현상을‘divine coincidence’라고 부른다(Blanchard and Gali、, 2007).
21) Bayoumi et al.(2014)
22) 필립스 곡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후술하는‘3. 경기안정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 적으로 하는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같이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기간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축적인 정책대 응23)을위해서는경기안정이통화정책의목표에포함되어야한다는견해도있다.24) 한편 경기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안정도 통화정책의 목표에 포함될 수 있다. 실 업률이 높을 경우 일반 국민의 생활수준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고용안정은 거시경제정책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미국, 호 주 등의 국가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기 재침체, 참전군인의 퇴역에 따른 대량실업 우 려 등으로 고용안정에 중점을 둔 거시경제정책이 시행되었고 중앙은행에도 이러한 역할 이 요구되면서 완전고용(maximum employment 또는 full employment)이 중앙은행의 목적조항에 포함되었다.

경기안정 목표 설정의 제약

경기안정을 통화정책의 직접적인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수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상 당한 제약이 따른다. 먼저 물가안정과 달리 경기안정의 정도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 다. 중앙은행은 통상적으로 이에 대한 대용지표로 GDP갭(실제GDP와 잠재GDP 간 차이) 을 활용하는데 잠재GDP와 GDP갭은 관측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추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추정 방법이나 기간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25) 게다가 정확하지 않은 추정치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경우 경기변동을 줄이기 위한 정책대응이 오히려 경 기안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26) 다음으로 실업률과 물가 간의 단기적 상충관 계로 인해 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3) 고실업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의 이력효과(자연실업률 수준이 과거 고용상황의 영향을 받는 현상)로 인해 영구적인 산출 손
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 근거하고 있는데, Ball(2009)이 20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기는
하나 그 경로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Dickens(2011)는 동 효과의 존재 여부도 불확실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24) Rosengren(2014).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과 경기안정을 함께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명목GDP목
표제가 제안되기도 하였다(Frankel, 2012; Sumner, 2014).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 3-2> ‘물가수준목표제와 명
목GDP목표제 도입 관련 논의’를 참고하기 바란다.
25) 박양수·장영재·구자현·김현수(2013)
26) Orphanides(2001, 2002), McCallum and Nelson(2000)

중앙은 행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운영하고자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 려는 유인이 많은 정치권 등 외부에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7) 이러한 경우 중앙은행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저하되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

경기안정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앞서 설명했듯이 경기안정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생산(실업률)의 관계28)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경기와 물가 간의 관계에 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는데 시기 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여기에서는 필립스 곡선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과 생 산의 관계에 대한 학계의 논의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Phillips(1958)는 1861∼1957년 영국의 명목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자료를 분석하여 이 둘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하였음을 발견하였다. 이 관계는 Samuelson and Solow(1960)에 의해 필립스 곡선으로 정형화되었으며 인플레이션을 감수한다면 실업률 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가 되었다.

27) Mishkin(2007). 통화정책 목표 간 상충에 대해서는 <제1부 제2장 제4절> ‘통화정책의 목표 설정 관련 이슈’에 추가로 설명되
어 있다.
28) 필립스 곡선은 원래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이지만 실업률과 생산 간에는 음(-)의 관계가 존재하므로
(Okun의 법칙) 인플레이션과 생산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Friedman(1968)과 Phelps(1967)는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상충관계는 단기에만 존재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없고 장기균 형수준의 실업률(5%)에 놓여 있는 경제에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실업률 이 떨어지고(5% → 2%) 명목임금이 상승하여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게 된다(0% → 4%). 이 경우에는 필립스 곡선의 상충관계가 성립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근로자들은 자신 들의 임금이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로 소득이 늘어난 것이 없음을 알게 되 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고용감소로 이어져 실업률이 균형수준까지 다시 상승한다(2% → 5%). 결국 실업률은 종전과 같이 5%가 되었지만 확장적 통화정책의 결과 물가만 상승하게 된다. 이때 중앙은행이 또 다시 실업률을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낮추 려고 한다면 물가상승률은 더욱 높아지고(4% → 8%) 실업률은 단기적으로 2%로 낮아지 겠지만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고용이 줄어들면서 다시 5%까지 상승한다. 결국 장 기적으로 볼 때 확장적 통화정책은 실업률을 5%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서 물가만 상승시 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29)

29) 이 경우 실업률 5%를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또는 안정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이라고 한다.

더욱이 1970년대 들어 Lucas, Sargent, Wallace 등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기대론자들 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경제주체들의 기대형성에 즉시 반영되기 때문에 장기는 물론 단기 에서조차 실업률, 생산, 성장 등 실질변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 다.30) 특히 Lucas(1976)는 합리적 기대가설에서 경제정책은 경제주체의 행동 변화를 유발 하기 때문에 과거 통계자료로 관찰되는 경제변수 간 관계를 근거로 경제정책 효과를 추정 할 수 없다고 비판하였다. 1990년대 들어 합리적 기대가설을 가정하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상충관계가 성립한다는 뉴케인지언 필립스 곡선이 등장하였다. 뉴케인지언 필립스 곡선은 가계와 기 업이 합리적 기대를 통해 소비, 생산 등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경우에도 상품가격과 임 금의 경직성 때문에 통화정책이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31) 최근 일부에서는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되어 인플레이션과 생산 간의 상충관계가 약화되 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3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요 국가들의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점(missing disinflation), 그 리고 2015년 이후 실업률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였음에도 인플레이션이 1∼2%의 낮은 수준을 나타낸 점(missing inflation)을 근거로 경기·고용과 물가 간 관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견해이다.33) 그러나 필립스 곡선 평탄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증적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 로 평가되고 있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 이다.34) 또한 필립스 곡선이 평탄해지는 원인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 요하며 이에 대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경기안정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통화정 책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35)

30) Sargent and Wallace(1975). 이를 정책무력성 가설(policy ineffectiveness proposition)이라고 한다. 물론 합리적 기대론자
들도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는 않았다.
31) Roberts(1995)
32)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제1부 제6장> ‘통화정책의 향후 과제’를 참고하기 바란다.
33) IMF(2013a), Saunders(2017) 등
34) Blanchard et al.(2015) 등
35) 김인준·김성현·김소영·김진일·신관호(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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