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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의 의미 및 목표

물가안정(price stability)은 정성적(qualitative) 방식과 정량적(quantitative)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간 제시되었던 정성적 정의를 살펴보면, Volcker1)(1983)가 물가안정을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경제주체의 금융·경제활동 행태에 오랫 동안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후 Greenspan (2001)은 물가안정을“인플레이션의 수준 및 변동성이 낮아 가계 및 기업이 경제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고 정의하였으 며, Yellen(2017)도“인플레이션이 경제적 의사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포함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낮고 안정적인 수준”으로 정의하였다. 정량적 방식으로 정의된 물가안정은 경제성장률 추세, 균형 실업률 수준, 적정 인플레이 션2) 등 개별 국가의 경제여건에 따라 상이한 수준으로 정해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 (ECB; European Central Bank)은 물가안정을‘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연 2%를 하회 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3) 여타 국가의 중앙은행에서는 정량적 차원에서 물가안정을 정 의하지는 않았으나 대외에 공표한 물가안정목표로부터 물가안정에 대한 정의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현재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2016 ∼18년)이며, 미 연준은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2%라고 공표해 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2012년 2월 물가안정목표를 도입하면서 그 수준을 1%로 설정하였다가 이후 2013년 1월 2%로 상향 조정하였다. 한편 남미 국가 등 신흥국의 물가안정목표는 3% 내외로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1) 1979~87년에 미 연준 의장으로 재임하였던 Volcker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재임 초기인 1980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5%를 기록하였다. 2) 물가안정의 정량적 정의는 개념상 적정 인플레이션과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적정 인플레이션은 주어진 경제구조에서 인플레이 션의 비용과 편익을 감안하여 후생을 극대화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정의된다. 최창호·박근형(2016)은 우리나라의 적정 인 플레이션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1.5~2.4%로 추정한 바 있다. 3) 이러한 정의는 1998년에 채택된 것이며 ECB는 2003년에 물가안정에 대한 정의를‘중기적으로 2% 미만이지만 이에 근접한 수준(below, but close to, 2% over the medium term)’으로 보다 명확히 하였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를 물가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제로(0) 인플레이 션4)이 아닌 양(+)의 인플레이션으로 설정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디플레이션은 통상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데다5) 지속성이 강하여 정책대응을 통해 이를 단기간에 개선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제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어느 정 도의 인플레이션을 허용함으로써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플레이션을 양의 수준에서 유지하게 되면 부정적 경기충격에 대한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는 양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 하한(zero lower bound)까지 낮추지 않더라도 실질금리를 음(-)의 수준까지 낮출 수 있으나, 실제 인플레이션이 제로일 경우에는 정책금리를 제로 하한까지 인하한다 해도 실질금리의 하한이 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물가 측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상향 편의(upward bias)6)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제 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경우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인플레이션, 즉 디플레이션 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4) 이론적으로 뉴케인지언 모형에서는 제로(0) 인플레이션을 암묵적 물가안정목표로 하고 있다(Clarida et al., 1999). 5) 디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후술하는‘2. 물가안정의 중요성’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된다. 6) 이러한 상향 편의에는 대표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이 하락하는 품목들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됨에 따라 전체 소비 바스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측정 시 이들 품목에 대한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하락폭을 적게 반영하는 대체 편의(substitution bias), 실제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아웃렛, 인터넷 쇼핑몰 등을 더 빈번하게 이용함에 따라 소비자가 직면하는 실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포착하지 못하는 소매점 편의(outlet bia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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