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통상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 전반의 물가수준이 자기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prophecy)를 통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지칭한다.8)9)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을 동반할 가능성 이 높다는 점에서 큰 경제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경 제주체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도 투자를 줄이는 등 수요가 둔화 된다. 한편 명목임금의 경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화폐환상(money illusion)10)으로 인해 하방경직성을 가지게 됨에 따라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실업이 증가한다. 이와 같이 디플레이션은 수요둔화와 실업증가를 통해 실제 물가하락압력을 증대시킨다. 즉,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경제주체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실업을 증가시켜 실제 물 가하락을 유도하게 되는 자기실현적 기대가 충족되면서, 물가하락이 경기둔화를 유발시 키고 경기둔화가 다시 물가하락을 초래하는 경제적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디플레 이션 현상은 발생하게 되면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나타 나게 된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담보의 가치를 낮추고 명목금액으로 표시된 채무의 실질가치를 높여 가계, 기업 등 채무를 진 경제주체의 상환부담을 가중시킨다.11) 이는 경제주체의 원리금 상 환 지연,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 등을 초래하여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9) 디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하락한다는 점에서 물가상승률이 양(+)의 영역에서 하락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과 구별된
다.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사례로는 미국의 대공황 시기가 있다.
10) 여기서는 경제주체가 명목임금의 하락을 구매력 감소와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디플레이션 수준(즉 물가 하락률)과
임금 하락률이 동일하면 명목임금의 구매력에는 변화가 없다.
11) Fisher(1933)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이론에서 디플레이션에 따른 부채의 실질가치 상승으로 경기침체가 초래된다
고 보았다.